'네오콘' 딱지 왈츠 보좌관 경질…백악관 내 '마가 고립주의' 강해질 듯
'시그널 게이트' 폭로 후 난맥상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시간 끌어 교체
강성 지지층 "왈츠는 너무 기득권" 견제…NSC 참모 인사도 줄줄이 거부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시그널 게이트' 등 소홀한 보안으로 물의를 빚은 마이크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유엔 대사로 임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정책 노선을 둘러싼 내부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CBS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막판에 내렸으며 이를 알고 있었던 것은 소수에 불과했다. 여러 소식통은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도 이 사실을 몰랐다고 전했다.
왈츠의 교체는 시그널 게이트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3월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 채팅방을 만들어 부통령, 국방·국무장관 등 최고위 각료들과 후티 반군 공습을 논의했는데 이 방에 '디 애틀랜틱' 편집장인 제프리 골드버그가 실수로 초대받았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왈츠를 "좋은 사람이며 교훈을 얻었다"고 감쌌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백악관의 여러 사람이 왈츠의 실수에 격분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그널 게이트가 드러난 이후 충분한 시간이 지나서 왈츠 보좌관 교체를 문책이 아닌 조직 개편인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CBS에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인사 교체가 잦아 각종 난맥상이 드러난 1기 행정부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기 행정부 때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보좌관을 3번이나 교체했다.
마이크 플린 1기 행정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우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취임 1달도 안 돼 불명예 사임했다. 이는 왈츠가 취임 100일이 지나서야 교체됐으며 일방적인 해임이 아니라 같은 장관급 직책인 유엔 대사로 옮기는 형식을 취한 것과 비교된다.
다만 왈츠의 교체가 단순히 시그널 게이트에 대한 문책이 아닌 행정부 내 안보 정책 노선을 둘러싼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는 대외 개입에 회의적이고 러시아에 양보해서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러시아가 종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더 강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왈츠를 지명하자 그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에서는 "너무 워싱턴 기득권에 기울어졌다"는 비난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극우 논객 로라 루머는 왈츠와 알렉스 웡 부보좌관을 싸잡아 "불충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웡 부보좌관은 트럼프 1기 때 국무부에서 대북특별부대표와 동아태 부차관보를 맡아 대북 협상 실무를 담당한 바 있다.
앞서 루머가 백악관을 찾아 자신이 보기에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 혹은 충성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간주하는 NSC 직원들에 대한 반대파 조사(opposition research) 결과를 트럼프에 제공한 뒤, 지난 4월 말에 최소 6명의 직원이 해임됐다.
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도 왈츠가 너무 매파적이라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왈츠가 "대통령 및 그의 팀과 이념적으로 잘 맞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그를 교체하려는 논의가 계속 진행돼 왔는데 시그널 게이트 이후 이 논의에 힘이 실렸다.
백악관과 NSC 내에서도 왈츠의 입지는 허약했다. 그는 NSC의 주요 직책에 대한 인선을 추진했지만, 그가 천거한 사람이 너무 친기득권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아프리카 담당 선임국장의 경우 그가 추천한 사람 3번이 모두 거절당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왈츠와 거의 대화하지 못했다며 그가 NSC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 관심은 왈츠의 후임에 쏠린다. 그의 후임으로는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특사, 스티븐 밀러 대통령 부비서실장, 리처드 그레넬 대통령 특임대사, 세바스찬 고르카 대통령 부보좌관 겸 대테러 담당 선임국장 등이 거론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거취도 주목된다. 그는 시그널 게이트뿐만 아니라 자기 아내를 외국 인사들과 회담에 부르는 등 공사 구분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두둔했지만, 그의 보좌관,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 4명이 국방부를 떠나면서 그의 경질설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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