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아베' 찾는 트럼프…관세 힘든데 망자와 싸우는 이시바
트럼프, 2일 상호관세 발표하며 "아베는 훌륭한 신사였다…내 말 바로 이해"
이시바, 아베와 오랜 정치적 라이벌…트럼프 관세 대응하며 위기 봉착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2월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다. 트럼프 취임 18일 만이었다. 이시바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이어 백악관으로 초청받은 두 번째 외국 정상이었다.
구체적인 관세 문제 논의는 없었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는 '대성공'이라는 목소리가 컸다. 이시바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미국의 관세를 피할 수 있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유력지가 이시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에게 칭찬과 아첨으로 웃음을 끌어냈다고 한 보도는 일본 내에서 반향이 컸다. 하락세였던 지지율이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을 찾아 관세 면제를 요청한 일본 정부 대표단이 빈손으로 귀국한 뒤로 기류는 바뀌었다. 정상회담의 목표는 트럼프와 신뢰관계 구축 그리고 '관세 폭탄' 피하기였는데 후자에선 실패가 확인된 것.
당시 아사히 신문은 "총리 주변에서는 '모든 나라가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일본만 피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 하나하나에 농락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시바 내각을 비꼬았다. 일본 내에서 트럼프와 밀접한 관계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이시바를 비교하는 시선도 강해졌다.
더구나 트럼프가 현지시간 2일 상호관세 세율을 발표하면서 아베 전 총리를 다시 언급한 뒤로 아베와 비교해 이시바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아베와 이시바는 정치적 라이벌 관계였다.
트럼프는 이날 "'신조, 뭔가 손을 써야 한다. (미일) 무역은 공정하지 않다'라고 하자 아베는 '알고 있다'고 응했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베는) 훌륭한 신사였다. 내가 하는 말을 바로 이해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결과, '우리는 거래를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일본 지도자는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지지통신은 트럼프의 관세 발표 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일본에 부여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는 "말도 안 된다", 다른 간부는 "상상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하며, 당 내외의 화실은 총리에게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는 24%의 상당한 관세가 부과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연설에서 "신조는 훌륭한 남자였다"는 등 아베만 언급했다면서 "총리가 협상해도 설득의 전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 스바루의 공장이 있는 군마현의 야마모토 이치타 지사는 3일 대책회의에서 "트럼프와 톱(정상) 협상이 중요하지만, 아직 이시바 총리에게는 협상력이 부족하다"며 "이럴 때 역시 아베 전 총리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의 차기 총재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회의에서 "진심의 자세를 정부가 보여 주어야 할 순간이었다"며 "진두지휘하는 게 누군지 잘 보이지 않았다"고 이시바를 겨냥했다.
지지통신은 6월 도쿄도 의원 선거나 여름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내각 지지율의 침체에 괴로워하는 이시바에게 트럼프의 관세는 새로운 타격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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