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사망 1차 조사 발표…"안전장치없이 홀로 작업"
계약상 작업 의무 없는 부품 홀로 작업 중 사고사…감독자 부재
원청은 "작업 지시 없었다" 발뺌…현장선 정식 의뢰 절차 무시 만연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근로자 고(故) 김충현 씨 사망사고에 대해 노동계가 "형식적 안전시스템과 부당한 작업 의뢰 등 구조적 원인이 발견됐다"며 베테랑 숙련공이 왜 홀로 위험한 작업을 강행해야 했는지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대책위원회(대책위)는 5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에서 1차 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인의 친형이 유족 대표로 자리를 지켰다.
대책위는 현장 조사 결과 "하청업체 소장은 공작작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작업 방법에 대해서는 모두 재해자(고 김충현 씨)의 판단에 따라 진행됐다"며 "소장은 형식적으로 서류상 승인을 했고 사실상 관리감독자가 없는 상황에서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고인이 수행하던 업무는 선반취급작업으로 안전보건공단이 '제조업 사망사고 10대 작업'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위험도가 높은 일이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현장에는 관리감독자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방호울이나 방호 덮개 등의 안전장치가 발견되지 않았다.
작업절차는 관행적으로 무시됐다. 고 김충현 씨가 소속된 한국파워O&M은 원청인 한전KPS가 발행한 작업의뢰서를 받아야 했다. 이후 한국파워 O&M 현장대리인 또는 관리자가 작업허가서를 발행해 작업을 실시해야 하는 구조였다.
긴급작업, 돌발작업 시에는 구두 통보만으로 작업지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외 조건이 있었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구두 통보를 통한 작업 지시는 만연해 있었다.
사고 초기 한전KPS 측은 고 김충현 씨의 작업이 "금일 작업오더(지시)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이를 뒤집으면 정상적인 작업절차서 발행이 이뤄지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됐다는 것이다"라고 일침했다.
아울러 당초 고인이 제작 중이던 부품은 계약상 특수설비를 제외한 일반적 설비 정비만 담당하고 있던 한국파워O&M 소관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 전 안전회의 일지(TBM·Tool Box Meeting) 작성은 형식에 그쳤다. 고인이 남긴 서류를 확인한 대책위는 "TBM 회의도 혼자, 서류작성도 혼자, 유해위험 파악도 혼자 한 것이다"라며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스템 속 숨겨진 위험으로 둘러싸인 재해자에게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와 유가족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노조·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원·하청의 사과 및 유족 배·보상 △동료 노동자 트라우마 치료와 휴업급여 등 생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진일 상황실장은 "오랜 경력을 가진 재해자가 왜 저런 위험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압력이 있었는지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에서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김용균특조위 간사로 불법하도급 문제에 관여해 온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는 민법상 '발주'는 '도급' 개념에 포함된다"며 "서부발전에 대한 기계공작실 지배·관리·책임 여부를 충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부발전의 2차 하청 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 근로자였던 김 씨는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작업 도중 사고사했다.
충남경찰청은 전날 현장을 확인한 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며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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