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PICK]"22년 전 대구와 달랐다"…신속 대처·불연 시설로 대형참사 막아
기관사·승객 합심해 400여명 무사히 대피
60대 용의자 “이혼 소송에 불만 품고 범행”
-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5월의 마지막 날, 22년 전 대구 지하철 참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지하철 방화 사고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50~60대 남성의 방화로 인한 화재라는 점, 400여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닮았지만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과 지하철 내부 소재 교체로 큰 인명피해 없이 화재가 진압됐다.
31일 소방 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쯤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지나는 열차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방화 용의자 A 씨는 사고 발생 1시간쯤 뒤 현행범 체포됐다.
소방과 경찰, 목격자 진술을 종합하면 A 씨는 열차 출발 직후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옷가지에 불을 붙였다. 현장에서는 점화기(토치), 유리통 등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물품이 발견됐다.
192명의 사망자를 낳아 최악의 방화 사건으로 기억되는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의 범인 김대한(당시 56세)은 자살을 목적으로 방화했다. A 씨 또한 김대한과 같은 목적으로 방화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이 참사를 막았다. 이번 화재로 열차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 400여명은 터널을 통해 대피했다. 이 중 21명은 호흡 곤란과 연기 흡입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130명은 현장 처치 후 귀가 조치됐다. 진화 작업과 대피는 시민들의 선제적인 대처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들것에 실려 여의나루역 플랫폼으로 나오는 60대 남성 A 씨의 손에 그을음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혐의를 추궁했다. A 씨는 혐의를 시인하고 오전 9시 45분쯤 현행범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 씨가 재판 결과를 공론화하기 위해 이번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A 씨 진술과 폐쇄회로(CC)TV 및 감식 결과 등을 바탕으로 현주건조물 등 방화, 공용건조물 등 방화 혐의 등을 적용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kkorazi@3t4x.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