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적자예요"…브라질산 닭고기 공급난에 치킨 가게 '직격탄'
브라질산 닭 거래가 1㎏당 두 배 뛰어…가격 인상 고민
"지금 가격대로 팔면 적자…가격 올리자니 손님 안 찾을까봐 걱정"
- 이기범 기자, 남해인 기자,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남해인 유수연 기자 = "팔면 팔수록 적자예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닭강정을 팔고 있는 서 모 씨(66·여)는 최근 브라질산 닭고기 공급난으로 치솟은 원재룟값에 한숨을 쉬었다.
서 씨는 "수입이 안 된다고 하니 가격이 1㎏당 2500원 올랐다"며 "가격은 못 올리고 그대로 팔고 있는데 팔면 적자"라고 토로했다.
이는 최근 브라질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여파다. 국내 닭고기 수입 물량의 85~90%를 차지하던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지난 17일부터 금지되자 가격 크게 뛰었고, 이를 주재료로 하는 닭강정이나 순살 치킨을 파는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외식·유통업계에 따르면 브라질산 닭 거래가는 1㎏당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브라질산 닭을 주재료로 한 메뉴를 파는 상인들은 가격 인상을 놓고 고심 중이다.
망원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강 모 씨(64·여)는 "닭도리탕(닭볶음탕)과 찜닭을 파는데 (브라질산 닭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며 "미리 6박스를 사놨지만 이걸 다 쓴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가격 올리면 먹을 사람도 없을 텐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는데 품절이 뜨기도 한다"며 "물량은 많은데 수입 업자들이 안 푼다는 얘기도 있다. 수급 불안 때문에 걱정되고 당분간 브라질산 닭고기가 들어가는 메뉴를 안 팔 생각"이라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닭강정과 닭갈비를 파는 한 자영업자는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다. 지금 닭갈비를 8000원에 팔고 있는데 다른 데가 얼마나 올리는지 보고 우리도 가격 조정을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동묘앞역 인근에서 닭강정집을 6년째 운영 중인 한 상인은 "브라질산 닭고기 가격이 거의 두 배 올랐는데 닭강정 가격을 안 올릴 수가 없을 거 같다"며 "아직은 사다 둔 것도 있지만 다음에 살 때 가격을 보고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상인은 이대로 브라질산 닭고기 가격이 내리지 않으면 몇 주 안에 닭강정 등 메뉴 가격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인식은 실제 시장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부는 브라질산 닭고기 전면 수입 금지가 유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가격 인상이나 수급 상황은 수입 금지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AI 미발생 지역에 한해 브라질 닭고기 수입을 부분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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