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비화폰' 압색 영장 공방…"의원 끄집어내" 녹취 울려퍼진 법정(종합2보)
"공모 파악 위해 압색해야" vs "계엄 위해 비화폰 보급 아냐"
이상현 전 1공수여단장 신문서 통화 녹취 재생…尹 묵묵부답
- 서한샘 기자, 노선웅 기자,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노선웅 홍유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두고 검찰과 윤 전 대통령 측이 공방을 벌였다.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26일 재판에서는 12·3 비상계엄 당시 '의원 끌어내라', '문짝을 부숴서라도 다 끄집어내' 지시와 관련해 군 간부의 통화 녹취가 재생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출석·퇴정하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5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 사건 관계인들의 비화폰 서버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요청을 놓고 양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공범들은 비화폰으로 내란 범행을 실행했다. 비화폰을 받을 필요가 없는 군사 관계자들이 비화폰을 별도로 받았다. 공모관계, 구체적인 지시 시점을 명확히 알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을 위해 (비화폰이) 보급됐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되레 검찰이 통화내역 관련 기록을 복사해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검찰이 경호처에 통화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 말고 검찰이 아직 기록 복사를 안 해주는 게 있다. 통신자료가 일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재판부는 추후 변호인 의견서까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상현 전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1공수여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며 관련자 간 통화 녹음이 재생되기도 했다. 이 전 여단장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현장에서 계엄군을 지휘한 인물이다.
재생된 통화 녹음에는 비상계엄 당시 이 전 여단장이 부하인 2대대장에게 전화해 "국회의사당으로 가서 담을 넘어가야 해"라면서 "1대대, 2대대 같이 의원들을 좀 이렇게 끄집어내"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2대대장은 이 전 여단장의 지시에 "밖으로 다 내보내겠습니다"고 답했다.
이 전 여단장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을 당시 소요 사태가 발생해 민간인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10여분 뒤 그 대상이 국회의원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여단장은 이러한 지시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냐는 검찰 질문에 "저도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작전을 진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라는 지시에 관한 증언도 이어졌다. 이 전 여단장은 "김형기 특전사 제1특전대대장과 통화하면서 '대통령님이 문 부숴서라도 끄집어내오래', '전기 끊을 수 없나'라고 말한 것은 곽 전 사령관 지시를 그대로 하달한 것인가"라는 검찰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시민들이 울부짖으며 '민주주의 지켜야돼'라고 말하는 등 시민 행동을 보고 정상적인 군사 작전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고 있을 때 곽 전 사령관에게 저 전화를 받았다"며 "이전에는 군사작전으로 인식했는데 갑자기 '대통령님'이라고 하니 소요 사태가 아니고 우리가 잘못한 거 아닌가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정신이 바짝 들었다. 철수 조치를 하게 된 시점이 바로 이 전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법정에서는 이 전 여단장이 국회에 출동할 대대장들에게 '오늘 철야 작전한다. 개인화기를 휴대한다. 권총은 휴대하지 않고 비살상무기 전자총·테이저건·포박·포승·케이블타이 등을 휴대한다'고 지시하는 녹음 파일도 재생됐다.
윤 전 대통령은 제21대 대통령선거 전 마지막으로 열린 이날 공판에 출석·퇴정하며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입정하면서 '대선 앞두고 국민께 할 말씀 없나', '비상계엄 사과할 생각 아직도 없나', '검찰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영장 발부 요청 어떻게 생각하나', '부정선거 영화는 왜 봤는가' 등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취재진을 향해 거리를 띄워달라는 듯한 손짓을 하기도 했다.
'도끼로 문 부수고 들어가라는 지시를 안 했나', '전직 국무위원들이 줄지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 '홍장원·김봉식과의 비화폰 통화 기록, 삭제 지시했나' 등 퇴정 길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편 참여연대와 민변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과 재판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귀연 재판부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윤석열은 현재 79일째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며 "전 국민을 상대로 내란을 저지른 윤석열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자유롭게 활보하는 것은 내란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국민 전체에게 깊은 상처와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10일간 '윤석열 즉각 재구속과 내란재판 전면 공개'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해 약 3만5000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이를 재판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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