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리고 끝난 전국법관대표회의…대선 코앞서 논란 자초
李 사건 관련 안건 상정됐으나 의결 없이 회의 속행…보충 토론 진행 예정
회의 소집, 안건 공개 등 과정마다 논란…"선거운동기간 개최 문제" 지적도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의로 관심을 모았던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별도의 의결 없이 회의를 대선 후로 미루기로 했다.
대선을 일주일여 앞둔 상황에서 소집부터 안건 상정까지 진통 끝에 열린 이번 임시 회의는 결국 변죽만 울린 채 결론 없이 '빈손'으로 끝나게 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20분 무렵까지 약 2시간가량 임시 회의를 진행한 후 안건에 대한 표결 없이 회의를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회의 날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선 이후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법원 안팎에서 대표회의 입장 표명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속행 이유를 밝혔다.
당초 이번 회의에서는 이 후보에 대한 대법 판결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운영위원회는 앞서 '재판 독립 확인' 및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 등의 안건을 발의해 상정했다.
앞서 법관대표회의는 이 후보 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을 두고 결국 이 후보 사건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사실상 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날 회의 현장에서 이 후보 사건과 관련된 추가 안건이 상정됐으나, 대표회의는 의결을 하지 않고 다음 회의 때 보충 토론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시작부터 절차 논란이 일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 회의는 의장이 직권으로 소집하거나, 투표를 통해 구성원 26명 이상, 각급 법원 대표자 5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을 경우 열린다.
지난 8일 각급 법원의 대표자들은 회의 개최를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당초 예정됐던 8일 오후 6시까지 25명의 대표만 찬성해 정족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자 법관대표회의 운영진은 "의견 수렴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로 투표 기한을 연장했다. 연장 끝에 정족수인 26명이 채워졌으나, 정족수 채우기용으로 투표 기한을 임의로 연장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소집 반대표는 70명으로 세배 가까이 많았다.
안건과 관련한 논란도 이어졌다.
법관대표회의 운영진은 20일 임시회의 관련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안건2 개요'에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법관들에게 공지된 안건2 전문에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것이었다.
가장 화두가 됐던 이 후보 사건을 암시하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라는 문구가 보도자료에서만 빠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원 내외부에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를 의식한 듯 전국법관대표회의 운영진은 이날 회의에서 추가로 상정된 안건을 공개하며 "요약 없이 원문 그대로 공개했다"고 강조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법관 대표들이 모여 유력 대선 후보와 관련한 의결을 시도했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국민의힘 사법 독립수호·독재저지 투쟁위원회는 25일 "내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재판 독립 침해 우려'와 '공정성 준수'를 공식 안건으로 다룬다"며 "사법의 독립은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사법부가 스스로 지켜내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백태웅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제기준사법정의실현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법원장 특검과 관련한 질문에 "일단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내부의 눈으로 현재 문제를 살펴보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전향적 입장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동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법원 내부망에 "선거운동 기간 중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여러 가지 많은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연기해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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