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동탄2 물류센터 '도계위·사전고지 생략' 의혹
“사전 안내 없어”…주민들 “납득 어려워, 소송 검토”
화성시 “경미한 행정 정정일 뿐…문제될 것 없어”
- 이윤희 기자
(화성=뉴스1) 이윤희 기자 = 경기 화성시가 동탄2신도시 내 민간 물류센터 건립과 관련해, 도시계획심의위원회와 사전고지 절차 없이 용도변경을 승인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이번 변경이 단순한 행정 정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축구장 70개'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사안임에도 핵심 행정 절차를 생략해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부지는 화성시 장지동 1131번지 일원, 이른바 ‘동탄2 유통3부지’로 불리는 곳이다.
연면적 51만7969㎡(축구장 약 73개 규모)에 이르며, 지하 3층~지상 20층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민간 시행사가 주도하며, 화성시는 인허가 등 행정 절차를 담당하고 있다.
도계위 생략, 주민 의견 수렴도 없어
그러나 화성시는 수천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인근에 초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상황에서도,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도계위)를 열지 않았다.
도계위는 개발사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주민 불편, 도시계획과의 정합성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로,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특히 생활권과 가까운 대규모 시설의 경우, 교통과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2023년 12월, 해당 부지는 물류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가 변경됐지만, 화성시는 다른 시군에서 일반적으로 거치는 도계위 절차를 생략했다.
실제로 다수 지자체는 도계위를 통해 개발계획을 검토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는 반면, 화성시는 이 같은 절차 없이 용도변경을 승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전고지 의무도 무시
사전고지 의무의 근거가 되는 지방자치법까지 무시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화성시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에 따르면, 사회적 갈등이 우려되는 시설은 경계로부터 500m 이내의 공동주택과 1000m 이내 10호 이상 일반주택의 대표자에게 사전 서면 통지를 해야 한다.
이 조례는 지방자치법 제22조에 근거해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사전 고지를 통해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성시는 고지 대상 요건을 충족하는 해당 시설에 대해 아무런 안내 없이 용도변경을 승인했다. 조례에 명시된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행정 미비를 넘어 제도적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 역시 “공청회는 물론 최소한의 고지도 없었다”며 절차를 무시한 행정 처리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공고 시점도 늦장 처리
주민열람 공고 시점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는 2023년 12월 용도변경을 완료했지만, 주민열람 공고는 무려 11개월이 지난 2024년 11월에야 이뤄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주민 반발을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열람은 보통 사업 계획을 미리 공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다. 특히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경우 사전에 정보를 알려주고 지역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정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한 주민은 “사전 안내는 물론이고 나중에 통보조차 없었다”며 “이렇게 큰 시설이 조용히 추진됐다는 것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 절차상 문제가 많은 만큼, 피해 주민들이 함께 사업 취소 소송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도계위를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변경 내용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생략했다”고 해명했다.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고지 조례를 적용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물류센터는 폐기물 처리시설 같은 위험시설이 아니어서 조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주민열람 공고를 1년 뒤에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2023년 12월에는 단순 변경 수준이었고,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된 뒤인 2024년 11월에 공고를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탄2 물류센터는 지난 5월 22일 경기도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으며, 현재 화성시 도계위 심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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