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창업진흥원장, 전문성 논란 벗으려면…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기관장으로서 국내 창업 생태계가 위축기라고 보는가, 성장기라고 보는가"
창업진흥원이 신임 원장 취임 82일차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창업진흥원장이기에 국내 창업 생태계에 대한 '전문기관 수장'으로서의 의견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유종필 창진원장은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잘되는 것 같고(아닌 듯도 하여) 제가 지금 창업계가 잘되고 있는지 아니면 좀 쇠퇴하고 있는지 그 판단은 잘 못하겠다"고 답했다. 앞으로 '빅테크 스타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물론 이제 취임한 지 석 달 차를 맞은 기관장이 업계 동향을 다 숙지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현재 창업 생태계가 어떤 상황이고, 현장의 기업들은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지 기본적인 부분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 원장은 언론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대통령실 비서관, 국회도서관 관장, 관악구청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경력에서 창업, 스타트업, 중소기업과 관련된 이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취임 전부터 비전문가이자 정치인 출신에 창진원을 맡긴 것에 대해 '알박기' 내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유 원장이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듯 취임 80여 일 만에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핀 듯한 그의 답변은 다소 당혹스럽다.
창진원은 창업을 촉진하고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올해 예산은 781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8.3% 늘어났다. 예산 증액은 창업 생태계에 침체의 그늘이 드리운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새로 창업한 '기술 스타트업' 수는 21만 4917개로 전년 대비 6519개나 감소했다. 2021년 최고치를 찍은 후 3년째 내리막이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혁신산업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가 대표 창업지원 기관'인 창진원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기관을 이끄는 수장의 어깨는 한층 무거울 수밖에.
슬픈 사실은 언젠가부터 정부 산하기관장에 '전문가'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 됐다는 점이다. 비단 창진원 뿐만 아니라 산하기관 대다수가 마치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겨지면서 비전문가 정치권 인사가 줄을 타고 내려온다.
심지어 산하기관에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관행이니, 조직은 차라리 당정의 강력한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있는 낙하산'을 원하는 풍토마저 자리잡고 있다.
탄핵당한 정권의 정당인을 지낸 유 원장이 새 정부 들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관련 부처도 기관장 임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통해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이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인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유 원장은 답변 말미에 "질문하신 부분은 또 한 번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창업절벽을 맞은 혁신업계의 절박한 목소리가 닿기를 출입기자로서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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