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세 수위 높이는 中 전기차…현대차·기아, 100만대 사수
BYD, 헝가리에 유럽 본부 설립…연말 유럽 첫 전기차 공장 가동
현대차·기아, 작년 유럽 판매 4년만에 첫 후퇴…올해 EV3 선전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차를 꾸준하게 출시하는 것은 물론 유럽 본부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유럽 침공이 본격화하면서 유럽서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현대차(005380)·기아(000270)와의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완성차 업계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왕촨푸 BYD 회장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유럽 본부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헝가리는 BYD의 유럽 진출 전진 기지다. 2016년 코마롬에 전기버스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일찌감치 진출했고, 현재는 남부 세게드에 2025년 말 가동 목표로 연간 20만대 규모의 유럽 최초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이다.
왕촨푸 회장은 BYD 유럽 본부가 2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현지 판매, 애프터서비스(A/S), 차량 테스트, 현지화 모델 개발 등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차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BYD는 지난 21일 독일서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서프'(중국 판매명 시걸)를 공개했다. 돌핀 서프는 BYD가 유럽서 선보이는 10번째 모델이다. 판매가격 2만 유로대(2만2990~2만4990 유로)에 최대 500㎞ 이상의 긴 주행거리 등 가성비를 갖춘 모델로 평가받는다.
유럽은 중국 다음으로 큰 전기차 시장으로 BYD가 해외 시장 가운데 가장 공들이는 지역이다. 2023년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렸고, 최근 성과도 내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유럽 28개국에서 신규 등록된 BYD의 순수 전기차는 7231대로 테슬라(7165대)를 근소하게 앞섰다. 월간 판매량에서 BYD가 테슬라를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펠리페 무뇨스 자토다이내믹스 연구원은 "BYD와 테슬라의 판매량 차이는 적지만, 그 의미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유럽 자동차 시장의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중국 전기차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EU는 지난해 10월부터 BYD(17%), 지리차(18.8%), 상하이차(35.3%) 등 중국산 전기차에 기본 10% 관세에 상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YD 헝가리 공장 준공 등 중국 업체의 현지 공장이 완공되면 EU의 관세 카드는 무력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공장 가동 이후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은 중국 업체에 장악될 것"이라고 말했다.
BYD의 유럽 진출 확대는 국내 업체인 현대차·기아에게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유럽은 현대차·기아가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주요 시장이다. 지난 4월 미국 정부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로 유럽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판매는 주춤하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유럽서 106만3517대를 판매했다. 점유율 8.2%로 4년 연속 4위 자리를 지켰으나, 판매량은 202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올해(1~3월)도 전년대비 소폭 감소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라인업의 견조한 판매와 기아 EV3 등 대중화 모델이 선전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EV3는 1분기 1만7878대가 판매되며 주요 판매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개를 획득했다. 지난 4월에는 세계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고 있어 올해 유럽 시장 판매 기대주로 꼽힌다.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기아는 EV3를 중심으로 판매하며 4월 유럽 전기차 판매 6위(9101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7346대로 9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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