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랠리' 이틀간 4% 뛰고 외국인 2조 싹쓸이…'삼천피' 다시 밟나
외국인 2거래일 2.2조 순매수…반도체·방산·금융주 등 '李 수혜'
"경기회복·시장 선진화 정책 기대…밸류에이션 정상화 시 급등"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천피(코스피 지수 5000)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 취임에 기대감이 대거 유입되며 외국인 투자자 자금은 이틀간 2조 원 넘게 국내 증시에 몰렸고, 코스피는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새 정부 정책이 실현될 경우 허니문 랠리가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와 함께 국내 증시가 정상화된다면, '삼천피'(코스피 지수 3000) 돌파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이틀간인 4~5일 2698.97에서 2812.05로 113.08포인트(4.19%) 상승했다.
지난 5일 장 중에는 2831.11까지 오르며 지난해 7월 17일(장 중 2868.58)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2.15% 오르며 756.23에 장을 마쳤다. 장 중에는 761.17까지 오르며 지난 2월 28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허니문 랠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 이후 이어졌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고, 새 정부에서 펼쳐질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면서 두 수급 주체가 연일 쌍끌이 매수에 나섰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이틀간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2조 2250억 원을, 기관은 6114억 원을 순매수했다.
2조 원 넘는 외국인 자금은 그간 지지부진했던 '저평가 대형주'인 반도체 종목을 비롯해,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정부 양측의 수혜가 기대되는 방산주, 새 정부에서 추진될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을 반영한 금융·지주 관련주까지 고르게 향했다.
이틀간 외국인 순매수 1, 2위 종목으로는 SK하이닉스(000660)(5852억 원)와 삼성전자(005930)(4029억 원)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실적 개선 흐름이 나타난 데다,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 의지를 밝힌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삼성전자는 장 중 5만 9900원까지 오르며 '6만전자'를 노렸고, SK하이닉스도 지난 5일 장 중 23만 원까지 오르며 '23만닉스'를 회복했다.
외국인 순매수 3·4위는 방산주로 분류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2321억 원)와 두산에너빌리티(034020)(1049억 원)가 차지했다. 방산주는 트럼프 정부 출범 시 미국 우선주의 강화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으로 수혜 가능성이 커진 바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K-방산을 글로벌 4대 강국으로 육성하겠다는 지원 계획을 밝히며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감까지 반영됐다.
금융주와 지주 종목도 상승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일반 주주 권익 확대를 목표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면서 자본시장 구조 개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취임 후 2~3주 내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속도전이 예상된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금융지주(316140)(909억 원), 삼성생명보험(032830)(369억 원), KB금융지주(105560)(363억 원) 등을 대거 순매수했고, 이에 KRX 300 금융 지수는 6.83% 오르며 지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시장은 허니문 랠리가 지속적인 상승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는 당분간 긍정적인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3대 비전 중 하나로 ‘성장’을 앞세우며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도 꾸준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는 내수 회복을 위한 돌파구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35조 원 이상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예고한 상태다. 앞서 13조 8000억 원 규모의 1차 추경이 있었지만, 정치적 혼란과 산불 확산 등 예외적 변수로 국내 경제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면서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확장적 재정 정책과 내수 회복이 원화 강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익 기대를 높여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미국 정부의 달러 약세 유도 기조와 아시아 통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 등을 감안하면 달러 약세·원화 강세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달러·원 환율은 약 두 달 만에 100원가량 하락해 136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새 정부 자본시장 정책의 핵심 방향인 증시 부양과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오천피’ 시대를 위해,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한층 강화된 상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명문화,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도입 등 강화된 내용이 담겼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3000선 진입이 가능하다"며 "2027년까지 이익 성장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이고 한국 경기 회복과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추진될 경우 밸류에이션 개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 V자형 급반등 이후 나타나는 과열 해소 및 매물 소화 구간은 비중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eunghee@3t4x.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