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8%→0.0062→0.0047%'…ETF 보수 어디까지 낮아지나
미래에셋, 삼성 이어 KB운용도 美S&P500 보수 인하…'연 0.0047%'
점유율 확대 경쟁 과열…자금력 부족한 중소형사 '고심'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0.0099%→0.0068%→0.0062→0.0047%'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보수 인하 판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까지 가세했다.
미래에셋운용이 지난 6일 미국 대표지수 ETF 2종의 총보수를 기존 10분의 1 수준인 연 0.0068%로 낮추자, 다음 날 삼성운용이 같은 상품의 총보수를 연 0.0062%까지 내렸다. KB운용은 다시 0.0047%로 인하했다. 일주일도 안 돼 미국 S&P500 ETF의 최저 보수는 0.0052%포인트(p) 낮아졌다.
모두 투자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은 점유율 확대 목적이다. 수익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출혈경쟁을 뜻하는 '치킨게임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KB운용은 11일 'RISE 미국 S&P500 ETF'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1%에서 연 0.0047%로 약 53% 낮췄다고 밝혔다. 'RISE 미국 나스닥100 ETF'도 연 0.01%에서 연 0.0062%로 약 38% 내렸다. 해당 ETF의 운용보수는 0.0001%로, 사실상 '제로(0) 보수' 수준이다.
지난해 7월 'RISE ETF'로 브랜드를 변경하며 총보수를 연 0.01%로 내린 지 약 반년 만에 추가 인하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투자자들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연금투자 파트너로서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자산운용도 보수를 인하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6일 'TIGER 미국S&P500 ETF',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를 연 0.07%에서 10분의 1 수준인 0.0068%로 변경했다.
다음 날인 7일 삼성자산운용도 'KODEX 미국S&P500 ETF'와 'KODEX 미국나스닥100 ETF'에 대한 총보수를 연 0.0099%에서 0.0062%로 인하했다.
이에 미국 S&P500 ETF의 최저보수는 연 0.0099%에서 0.0047%로 일주일도 안 돼 거의 절반 수준인 0.0052%p 낮아지게 됐다.
보수 인하 명분은 투자 기회 확대다. 고객들에게 더 싸게 투자하고, 더 많은 이익을 주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박명제 삼성운용 ETF사업부문장은 "기존 투자자분들에 비용을 더 낮추고 배당금을 더 드리기 위해 그리고 아직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연금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보수를 낮추게 됐다"고 말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도 "TIGER ETF는 고객들의 장기 투자 파트너로서 앞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대표지수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투자하는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실제 목적은 점유율 확대라는데 이견이 없다. 수십억 원의 이익을 포기하고서라도 고객을 더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삼성운용은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 미래에셋운용은 역전하는 것이 목표다. KB운용은 3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일 기준 ETF 시장 1위는 삼성운용으로 점유율 38.16%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미래에셋운용으로 35.57%다. 양사 격차는 2.59%p에 불과하다. 순자산총액(AUM) 기준으로는 4조7990억 원 차이다.
3위는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7.79%를 기록 중이다. KB운용은 7.78%로, 0.01%p차로 4위에 올랐다.
한국 최초 ETF인 KODEX200을 선보인 삼성운용은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점유율이 50%를 웃돌았지만, 지난해 40% 선을 내줬다. 이제는 1위 자리마저 위협받으면서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추격자 미래에셋운용은 올해 ETF 시장 1위에 오른다는 내부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보수 인하가 '회심의 일격'인 셈이다.
KB운용은 지난해까지 3위였으나, 올해 한투운용에 추월당하면서 ETF 수장까지 바꿨다. 점유율을 끌어올려 다시 3위 자리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185조 원을 넘으면서 업계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며 "미래에셋은 역전, 삼성은 방어, KB는 탈환을 위해 보수 인하 치킨게임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치킨게임 2라운드가 시작되면서 최저 보수가 어디까지 낮아질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형사들이 줄줄이 보수 인하에 나선 만큼 중소형사들의 참전 여부가 관건이다.
일단은 관망 중이지만, 보수 인하 압박을 무시하긴 힘들어 보인다. 내리지 않고 버티면 투자자 이탈이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인하 시 홍보는 물론 고객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자금력이 문제다. 대형사와 달리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보수를 포기하면서 치킨게임에 나서기 쉽지 않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지켜보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며 "내리면 수익이 줄어들고 안 내리면 고객을 뺏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치킨게임에 중소형사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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