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K무비, 악순환 끊고 극장 가치 증명해야…해결책은 [위기탈출 K무비]⑤
- 정유진 기자, 장아름 기자,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장아름 고승아 기자 = 현재 한국 영화계는 팬데믹 이후 관객 감소로 촉발된 극장 수입 하락과 투자 불황, 제작비 상승 등으로 큰 위기에 빠졌다. 독립 영화 및 저예산 영화의 위축으로 감독과 배우 등 신인 육성에 실패하고, 결국 포스트 봉준호 박찬욱이라 불릴 만한 차세대 연출가들도 찾기 힘들다. 물론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있었다. 미래의 한국영화는 팬덤 콘텐츠이자 마니아 소비재에 가까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 가운데 K무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업계는 과연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극장의 존재 가치 증명
극장의 존재 가치 증명은 K무비의 위기 속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됐다. 최근 발표된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컬처웍스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은 극장이 처한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합병 계획은 국내 2위와 3위 두 멀티플렉스의 자구책으로 여겨졌으며, 극장 사업은 당장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영역임을 확인하게 했다. 결국 한국 영화계는 OTT와 차별화되는 극장 플랫폼만의 가치를 획득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영화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규모가 큰 영화들은 '체험형' '몰입형' 영화로서의 장점을 강조해 마케팅하고, 아이맥스와 4DX 등 특수관 개봉을 통해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라는 각인을 만든다. 더불어 최근 들어 상업 영화의 개봉 무대인사도 확대됐다. 극장이 직접 유명 K팝 스타나 트로트 가수의 콘서트 영화를 배급하고 '싱-어롱' 상영회처럼 특별한 테마로 기획된 이벤트 혹은 GV를 열어 관객의 체험을 유도하는 것도 극장의 존재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각종 기획이 가미된 상영은 결국 '팬덤 마케팅'과 연결된다. OTT와의 경쟁에서 열세를 보이는 지금의 극장은 관객들을 취향에 따라 세분화해 타겟팅 하고 소수의 충성스러운 관객들을 붙잡는 일이 필수다.
배급사 관계자 A 씨는 "중요한 것은 기존 IP의 장점을 유지하는 동시에 팬덤이 느끼고 있는 재미를 극대화해 줄 수 있는 이벤트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영화를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관객들로 하여금) 그 기억을 지속해서 환기하고 또다시 극장을 찾을 수 있게끔 하는 일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 다양한 규모·장르의 타겟팅 영화 투자-배급 전략
'팬덤 마케팅'에 용이한 형태의 영화들은 프랜차이즈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다. 이외에도 대중적인 '메가 히트'를 노릴 수 없지만, 일부의 열광적인 팬덤을 양산할 장르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오컬트 장르로 홈런을 날린 영화 '파묘'나 3040 관객의 향수를 건드린 토종 애니메이션 '퇴마록', 유아 및 초등학생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랑의 하츄핑' 같은 작품들이 선례다. 한편으로는 한국 영화의 건강한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저예산·독립 영화의 육성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포스트 봉준호 박찬욱'이라 불릴 실력 있는 신인 감독들이 발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1위 멀티플랙스 극장 사업자 CGV는 최근 영화 사업팀을 꾸리고, 중저예산 영화의 투자·배급에 뛰어들었다. 기존 메이저 배급사가 아닌 중소 배급사·제작사와 손잡고 작품은 좋지만, 투자 위축으로 제작되지 못하는 작품들을 발굴해 배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투자의 씨가 마른 현 상황에서 CGV의 이 같은 결단이 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결국 콘텐츠가 있어야 관객들이 극장에 올 것이다, 관객이 볼만한 콘텐츠가 극장에서 상영돼야 하는데 현재는 투자가 위축돼 있다, 그래서 극장에서 제작되고 개봉되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배급사 및 제작사와 협업하고자 한다, 작지만 강한 상업 영화, 관객들의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작품들을 극장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제도적 지원도 확장돼야
90년대 한국 영화의 비약적인 발전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어려웠다. 독립·예술·저예산 영화의 제작을 지원하고 영화 관련 데이터를 수집·지원하고 영화 진흥 정책 수립 및 집행을 담당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역할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의 주요 재원인 영화발전기금이 팬데믹 이후 급격히 줄어들고 정부의 예산이 삭감되면서 영진위의 지원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제작사 대표 B 씨는 "정부에서 문화 쪽에 대한 지원이 더 확장돼야 하는데 오히려 더 인색해졌다, 예산이 없으니, 영진위에도 내려오는 것이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가 발전하는 데 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의 힘이 컸던 만큼 앞으로도 한국 영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영화 관련 투자가 더 활성화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OTT와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지적되는 홀드백 기간의 법제화나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인력비 상승에 대한 대책 역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홀드백 기간은 영화가 극장 개봉 후 온라인 등 부가 플랫폼에 공개되기까지 걸리는 최소한의 기간을 말하는데, 이 기간이 짧을수록 극장 영화의 희소가치는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은 홀드백 기간을 법적으로 정해놓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지원을 받은 영화에만 4개월의 홀드백 기간을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시범 적용한 바 있다.
제작비 상승의 주요 원인인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도 방송·영화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제작비 유치가 쉽지 않은 독립 영화계의 경우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회차가 늘어나 이전과 비교해 2배 이상의 제작비가 필요하게 됐다. 이는 독립영화 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극장 관계자 C 씨는 "촬영을 한창 하다가 끝이 나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그날 현장은 접고 다음 날 새로 시작해야 한다, 영화 촬영 업종은 특수한 직군이다, 특정 직군에 대해서는 52시간 근무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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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때 찬란했던 한국 영화계가 양적, 질적 모두에서 큰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은 현저히 줄었고, 해외 영화제 수상 소식도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올 들어 5월 중순까지 300만 관객을 넘긴 한국영화는 단 1편뿐이다. K무비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탔던 칸 국제영화제에서 올해까지 최근 3년 연속, 경쟁 부문에 단 한 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뉴스1은 총 5편의 기획 시리즈 [위기탈출 K무비]를 통해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해결 방안도 모색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