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역할 변화, 무조건 손해일까…"무기 제한 철폐 요구 명분"
'국방력 강화' 국민적 합의·전작권 환수 등이 기회 요인
- 허고운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정윤영 기자 =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에서의 대북 억지를 넘어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지원으로 확장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 됐다고 평가하며, '기회 요인'을 찾아 한국의 안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8일(현지시간) 한미연구소(ICAS) 주최 온라인 세미나에서 "전략적 유연성은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며 "힘을 통한 평화를 보장하려는 때로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 외에도 역내 분쟁에 개입할 수 있도록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개념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와 아시아 전역 작전을 위한 유연성 확보를 원하고 있지만, 한국으로선 대북 억제력 약화와, 원치 않는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우려사항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국방 정책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거부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외교·안보 협상의 지렛대로 감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거래적인 관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일방적으로 받는 나라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넘어 지역 안정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오히려 동맹으로서의 기여를 주장할 명분이 커지면서 거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라며 "방위비분담금 등 비용 분담 요구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미 돈 이상의 분담을 하고 있다'라는 얘기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현시점에선 대북 억제와 관련한 부분을 한국의 재래식 무기로 해결하라는 책임 전가일 수 있다"라며 "우리는 재래식 무기와 관련한 제한을 철폐하고, 핵무기를 직접 갖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개발할 수 있도록 핵 잠재력의 최대치까지 허용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핵 우산'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리면, 미국은 어찌 됐든 협상에 임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는 우리에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이 미국에 협조하는 대신 무기체계나 안보 지원 등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수도 있다"라며 "동맹 관계를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가 더욱 독자적으로 국방체계를 완성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를 더 끌어올릴 여건이 될 수도 있다"라며 "동맹관계를 유지하되 군사력을 키울 긍정적인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작전권 전환 이슈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맞물려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방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줄어들면 그만큼 한국군이 작전통제를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국 내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기존의 한미연합군사령부 체제가 해체되고 새로운 한미동맹 체제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까지 대비를 해야 한다"라며 "당장 싸워도 북한에게 질 상황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상 단기간에 협상 타결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휘구조 개편과 국방비 증가 등) 우리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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